2011.01~02호

09-이주민들에게 열려있는 말라가(Malaga)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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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0094
발행날자 2011-01-01
부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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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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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호 마르티노 신부

어느덧 제가 이곳 스페인에 파견되어 온지도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새 해를 맞이해서 꼰솔라따 공동체와 후원회 가족 모든 분들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여러 가지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언어 면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다 보면 어려움이 많이 감소되리라 믿습니다. 그 동안 지면을 통해 여러 가지 스페인 상황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이번에는 제가 생활하고 있는 말라가 공동체의 활동과 저의 소박한 선교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말라이카 선교센터 - 평신도 선교사들을 중심 으로 하는 사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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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이카 공동체의 선교사들

말라가(Malaga) 공동체는 다양한 사도직 활 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공동체는 평신도 선교사들과 함께 선교 체험을 함께 나누고 다른 이들에게 선교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말라가 공동체는 말라이카(MALAIKA)라는 선교센터를 운영 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센터는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의 공식적인 이름으로 다양한 사회봉사를 하는 곳으로, 실비오(Sivio)와 베티(Beti) 두 명의 평신도 선교사가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은 다른 지역, 즉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평신도 선교사들과 교류 하며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고, 그 외에 평신도 선교사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새로운 선교 프로젝트를 이곳 평신도 선교사 공동체와 연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온 이주민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와주기도 합니다. 말라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이주민 들이 생활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많은 곳이 그러하듯 타국에서 온 이주민들은 도시의 빈민층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저희 공동체가 이웃해 있는 팔미야(Palmilla)라는 곳은 말라가에서도 소위 우범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이주해 온 집시(Gitano)들과 남미와 아프리카, 동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이주해 온 이주민들, 그리고 현지 도시빈민들이 섞여 사는 곳입니다. 이곳 센터에서는 이주민들에게 취업의 정보를 주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면, 노동력 착취 또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에 대해 중개자 역할을 하거나 상담을 통해 법률적인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죠. 이곳 말라가 교구는 여러 가지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카리타스’(Charitas; 사랑, 사회복지)가 본당 또는 지구별로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은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속한 공동체는 준본당이라 카리타스에 대해 직접적으로 운영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습니다.

 

‘스캄’(SCAM; Servicio Conjunto Animacion Misionera)을 통한 선교교육

 

스페인에서의 선교교육은 특수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교교육은 개인보다 공동체 형태로 이루 어집니다. 즉 여러 선교 수도회들과 선교 수녀 회들이 한 그룹을 이루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SCAM을 담당하는 각 수도회 신부님, 수녀님들이 모여 우선 한 지역 을 대상으로 삼고, 이 지역의 교구 또는 지구의 선교 책임자와 논의합니다. 그리고 각 본당신부와 학교 또는 단체장들과 함께 일정 등을 계획한 다음 일정 기간 동안 함께 숙식을 하면서 둘 또는 셋이서 학교나 성당들을 방문해 선교 체험을 나누거나 교육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솔직히 이곳 스페인에서 선교 활동은 쉽지가 않습니다. 대중들과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이들과 만나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조금 수월한 방법은 바로 SCAM을 통해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입니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 의무적으로 종교 수업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학교마다 종교수업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고 이들을 통해 학생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늘 저에 게 좌절을 안겨주지만 또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때도 있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있고, 학생들의 반응이 다양하기에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주제를 선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선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언어의 한계로 인한 표현과 의사소통 의 어려움, 학생들과의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선교사들보다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 눈에는 유색인종인 동양 사람이 사제로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모양입니다. 학 생들뿐만 아니라 사제 또는 일반 신자들도 미사를 봉헌하거나 교구 행사에 참석할 때 저를 신기하게 바라봐서 어색하고, 유쾌하지 않은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가진 하나의 선교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말라가 교구에 활동하는 사제가 260명 정도 되는데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유색인 사제는 저 하나뿐이니 쉽게 눈에 띄고, 그것이 그들에겐 좀 어색하고 신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꼰솔라따 신부님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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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마음만은 순수한 이들

 

둘체 옴브레(Dulce Hombre) 특수정신지체 사립학교와 성 프란치스코 정신병원, 고아원 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개인적 선교 삶에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을 볼 때마다 그들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곳의 생활에서 간혹 힘들고 좌절감을 느낄 때, 그들을 통해 전해지는 잔잔한 사람의 정을 느끼고, 아주 큰 위로를 받기 때문입니다. 둘체 옴브레 사립학교는 약 200명의 학생들 이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입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조금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항상 교사나 보조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받거나 생활하고, 미사를 봉헌하지요.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조금 소란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만, 항상 밝은 미소와 사랑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저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도 남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정신병원은 둘체 옴브레 사립 학교와 이웃해 있습니다. 이곳은 정신적으로 좀 불편한 성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이들은 조금 활동이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합니다. 또 사람에 대한 그리움, 특히 사제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병원 내 경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혼란스러울 때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순박한 신앙심을 가진 이들이라고 말하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처음 병원에 와서 미사를 봉헌할 때, 황당하고 긴장되며 무섭기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내내 고함을 지르거나 여기저기 제대 주위를 서성이는 사람, 아예 제대에 턱을 괴고 저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 시도 때도 없이 종을 치는 사람 등 말 그대로 시장바닥 같은 느낌이 들어 미사를 제대로 봉헌하지 못하고 허둥대다 미사를 마친 경험은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이 모든 상황이 익숙해지고, 그들 하나하나의 몸 짓, 미소, 행동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들과 호흡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얼마 전 그들에게 선교와 선교사들의 생활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를 마치고 경당에서 나오는데 어느 자매님이 조용히 저에게 다가오더니 선교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10센트(원화로 약 150원)를 저의 손에 쥐어 주더군요. 솔직히 받아야 할지 좀 망설 여지고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만 그분의 마음이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기쁘게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곳에서는 아주 단순하지만 정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애정을 갖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선교는 거창하거나 아름답게 꾸며지거나 영웅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며,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또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신앙의 삶을 사는 것이 곧 선교사의 삶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록 저에게 주어진 것은 많지 않으나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생활할 수 있도록 꼰솔라따 후원회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