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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의 선 교
쉬는 신자에게사랑이신 하느님을 전하
최홍준〈꼰솔라따〉편집위원, 방송작가

“성당에 다시 나오고 싶은데 반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일날 오면 궁금한 것을 다 물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사무실은 북적이고, 신부님도 수녀님도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자들은 미사를 마치면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우르르 나가버린다. 잘 모르는 성당을 혼자 헤매는 것도 머쓱한데 그냥 이웃에 사는 개신교 집사님을 따라 개신교회나 갈까….”

“10년을 넘게 냉담했다. 그동안의 시간을 뉘우치고 고해성사와 혼인성사도 하고 싶은데, 혼인성사 증인을 못 구해 포기해야할 듯하다….”

어렵사리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친절한 말한마디라도 건네 봅시다. 하느님의 미소를 나눌수록 구원의 길은 넓어집니다.>

금년 5월 9일자 가톨릭신문 기사 내용이다. 500만 신자 중 겨우 24%, 곧 4분의 1이 채 안되는 교우들이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도 교회에 대해 알고 싶은 것,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관계자에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전국의 여러 교구와 기관 단체에서는 쉬는 신자들을 교회로 모셔오는 문제를 과제로 삼고 힘써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교구는 2010년도 사목지침을 통해‘냉담교우 초대의 해’로 설정하고 온 교구민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는 평화신문과의 인터뷰(2010.5.23자)에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난해 부산교구 냉담교우 비율은 52.4%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구에서 아무리 거창하고 큰 행사를 많이 개최한다고 한들, 기초 신앙공동체인 본당에 신자들이 매력을 못 느낀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신자들 간의 진정한 친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당 공동체에서 진정으로 소통하는 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큰 문제에 봉착했을 때도 ‘그형제라면 내 말을 잘 들어줄 거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부산교구는 각 본당에서 좋은 본당 가꾸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냉담교우 초대에 사목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교회가 냉담교우에게 무관심했다는 반성과 함께 추진되는 것으로, 획일화된 운동이 아니라 각 본당에 맞는 형태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교구에서 발간한 ‘냉담교우 사례집’을 참고하고, 본당 사제가 냉담교우에게 편지를 보내고 직접 만나는 등 다양한 형태의‘맞춤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새로이 영세한 신자가 1년 안에 냉담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이는 신앙의 홀로서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세례 전교육을 받으면서 1주일에 한 번 본당에 나와 사제를 만나고, 봉사자들을 만나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그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끝나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세례받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앙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이웃을 만나 신앙의 뿌리를 내리게 되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냉담교우 모시기 5단계 프로그램’

05.jpg 한편 미래사목연구소는 월간 ‘사목정보’ 주관으로 ‘냉담교우 모시기 방안 세미나’를 지난 2월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고‘냉담교우 모시기 5단계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는 쉬는 신자가 신앙생활에서 멀어진 원인에 초점을 맞춘 냉담 유형별 맞춤 대안이다.

우선 원인별 냉담 유형을 생활고 (직장이나 학업, 교무금과 헌금부담, 육아), 포스트모던 세대(신앙관 변화, 여가생활), 상처(가정 내 종교 갈등, 성직자 수도자 신자에 대한 실망, 본당생활 부적응), 성사 부담(고해성사, 혼인장애) 등 네 가지로 분석했다. 그래서 냉담교우 모셔오기 과정에서 성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신앙생활 중에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며, 주님 은총에 다시 눈뜨게하는 등 구체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열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선교방법에서 벗어나 기도해주고 사랑의 편지를 전달하며, 방문, 마음 열기, 모시기 등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는 것이 5단계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0단계인 준비에서는 말씀 준비와 영성 준비, 인격 준비를 하고, 1단계 기도와 나눔에서는 대상자를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도록 한다. 2단계 사랑 나눔에서는 선교 매체, 즉 본당 주보나 소식지, 본당 신부 편지 또는 초대장, 선교와 관련된 대중전달 수단을 직접 전해준다. 3단계 은총 나눔에서는 방문을 계획하고 대화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4단계 복음 나눔(마음 열기)에서는 대상자가 그 동안 받은 상처에 맞게 대처하면서 성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5단계 모시기에서는 개인 초대나 본당 차원에서 초대하면서 본당 환영식을 열고 소공동체와 반모임으로 연결 지어준다.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차동엽 신부는 말한다. “일선 본당에서 끊임없이 냉담교우 모시기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대상에 따른 체계적인 접근방법과 자신감 훈련이 부족했던 때문입니다.”

‘나를 무한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사실 비신자를 신자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신자인 사람이 어떤 이유로 교회에 나오지 않고 쉬는 신자를 교회로 다시 모셔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교적에는 이름이 있으나 주일 미사에 나오지 않은 냉담교우들을 다시 교회로 모셔오는 일은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느끼도록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를,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는 분,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나 자신부터 먼저 복음화하는 일이고, 이웃을 복음화하는 일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됩니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것이 나타났습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믿음을 갖게 됨으로써 우리 안에 묵은 사람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자리하게 된 새 사람이다. 또 우리안에 초자연적 사랑이 가득히 흐르도록 함으로써 그 사랑이 항상 생생하게 유지되도록 해야 하는 새사람이다. 초자연적인 사랑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 참여하는 것으로서 인간적인 사랑과는 구별되지만, 특히 두 가지 면에서 이들은 서로 다르다. 인간적인 사랑은 차별을 두어 편파적이고 특정한 형제들만을 사랑한다. 예를 들면 자기의 친형제들이나 지식인, 부자, 어여쁜 자, 명성을 지닌 자, 건강한 자, 젊은이, 또는 어떤 특정한 인종이나 범주에 속한 자들만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와 똑같이 사랑하지 않는다. 반면에 거룩한 사랑은 모두를 사랑하며 보편성을 지닌다. 그리하여 이 땅의 누구나 신자라면 이 사랑에 참으로 확신을 지니고 있어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제외된다는 것은 결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다른 점은, 인간적인 사랑으로는 자신이 사랑 받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람이 아름다울 때 사랑하며 상대편 안에서 무언가 자신의 것을 사랑하는 데에 있다. 인간적인 사랑에는 항상 이기적인 것이 존재하거나, 또는 우리에게 이익이 될 때를 기다려서 사랑하게 지만, 거룩하고 초자연적인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먼저 사랑한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새 사람을 살게 하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우리 안에 초자연적 사랑의 불꽃이 켜져 있게 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도 역시 모두를 사랑하고 먼저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곧, 예수님처럼 되어야 하며, 다른 예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모든 이를 위해 돌아가셨으며 그분의 사랑은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것이었고, 그 죽음으로써 그분은 먼저 사랑하셨다. 우리도 그분 예수님을 따라 살면서 이웃을 사랑이신 하느님께로 안내해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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