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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의 선 교
아시아 복음화와 한국 교회
최홍준〈꼰솔라따〉편집위원, 방송작가

‘동방의 등불’

인도의 시성(詩聖)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일찍이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써서 우리 겨레에게 선사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당(천국)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타고르가 한국의 3?1 독립 운동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보고 지은 이 노래는 일본 제국주의 식민 치하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보낸 격려의 송시(頌詩)로서, 3?1운동 10년 후인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주요한 시인의 번역으로 실렸다. 우리 민족 문화의 우수성과 강인하고도 유연한 민족성을‘동방의 밝은 빛’으로 표현해 우리 겨레에게 격려와 위안을 주었다. 왜 갑자기 이 시를 적어 보았는가 하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라고 노래한 첫 연이 자꾸만 흥얼거려지기 때문이다. ‘황금 시기’란 중국 문명이 찬란하던 시대, 징기스칸의 세계 정벌 등 동양 문명이 서양 문명을 앞질렀던 한때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이 시대에 동양 문명의 중심 가운데 하나가 우리 민족이었던 사실을 떠 올릴 때, 오늘 우리 시대에도 아시아 복음화와 우리 한국교회의 사명이 막중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시아 교회’에 대한 보편교회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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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목자 수녀회의 김은지 가브리엘 수녀님과
마카오의 친구

이념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를 마감하고 대망의 21세기를 맞이해 10년의 세월을 지낸 오늘날, 이제는 서양 사상만이 세계와 인류의 정신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아니라 서양사상과 동양사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인류의 정신과 영성을 이끌어가는 동서시대가 될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이 보고 있는가하면, 세계교회사에 비춰 보더라도 2천년대 세계 가톨릭의 앞 날은 아시아에 달려있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는 지난 1999년 11월에 발표한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Synodus) 후속 교황권고「아시아 교회」에서, 1995년 1월 15일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 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즉, “처음 제일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아시아)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그리스도교 제삼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설 것입니다”(제1항). 교황은 이때 “다가오는 세 번째 1천년은 광대한 복음화의 황금어장인 아시아에 뿌리내려야 한다” 면서 “가톨릭교회의 장래는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지만 복음화율이 3%에 불과한 아시아 교회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1920-2008)은 1997년 12월 12일 인천 가톨릭대학교와 가톨릭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교황(요한 바오로2세)께서는 이미 1980년대에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아시아교회의 복음화가 바로 한국교회의 몫이라는 점을 호소한 바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황께서는 한국교회의 잠재력을 보시고는 바로 여기서 중국선교와 이어질 수 있는 가교를 발견했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창립 2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물게 복음적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시고 깊은 감명을 받으신 것입니다. 또한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1989)에 참석하셨을 때에는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고통 받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이 바로 세계의 분열을 상징한다는 점을지적하시면서, 한반도야말로‘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이심을 증거하는 북방선교의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서울세계성체대회 때 교황께서 “북한과 중국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마리아께 의탁합니다”라는 제목의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했으며, 그 후에도 한국 주교단을 만나실 때마다 한국교회가 아시아 선교, 북방선교의 주역이 돼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셨다고 회고했다. “하느님을 찾고 더욱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데에 한국교회는 아시아인들에게 봉사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1990년 10월 16일 로마 교황청에서 한국 주교단에 하신 말씀)라고 당부하신 말씀은 “21세기 한국교회의 선교적 과제와 그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이정표”라고 김수환 추기경은 회고했다.

아시아 교회를 위한 장학사업

3년 여 전 2006년 10월 태국의 치앙마이에1천여명이 모여‘아시아의 예수님 이야기’란 주제로 개최한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를 마치면서 발표한 최종 메시지에서 대회 참석자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아시아 차원의 예수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자신의 공동체에 불어넣고자 노력할 것이다. 생생하고 고무적인 이야기들을 들고 돌아갈 준비를 한 우리는 우리 마음이 타오르기를 바라며, 그 불이 젊은이들의 마음에 선교의 불꽃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대회에서 우리가 선택했던 성경구절인) 마귀 들린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따르고자 한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마르 5,19).” 대회 참석자들은 아시아의 방식으로 복음화에 접근하고자 한다면서“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매우 날카롭게 지적하셨듯이, 아시아의 특징적인 교육 방식, 곧 이야기와 비유와 상징을 통해 환기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다른 이들과 우리의 신앙을 나누는 한 방식이며 대화의 참된 길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2006년의 이 선교대회와 1994년 한국에서 ‘교회의 사회교리’를 주제로 열린 제1차 아시아 평신도대회의 정신을 살리면서 금년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기”(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고「아시아교회」20항)를 주제로 제3차 아시아 평신도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대교구는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와 한국순교자현양회를 통해서 이미 1997년에‘김대건 성인 장학회’를 설립해 2008년에 ‘사단법인 김대건 성인 기념사업회’로 재발족한 이래 아시아 교회를 위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를 향해 새롭게 걸음을 놓고 있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의 복음화의 열기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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