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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후 시국선언문 발표…

민주당 전 대선후보 문재인 의원 참석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136

 

23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의 주최로 열린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수도자․평신도와 시민 5000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1700명)이 참여했다. 

 

7시 30분부터 열린 문화제에서 테너 임정연(이소선합창단 노래선생), 민중가수 이수진 등이 참여해 공연을 하고, 민주당 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8시 10분부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신부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미사 주례를 맡은 서울교구 나승구 신부는 “7월 부산교구를 시작으로 지난 9월 4일 의정부교구까지, 15개 모든 교구에서 국정원 문제에 관한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5천명 수도자가 시국선언을 했으며 지난 9월 11일에는 천주교 평신도 1만 1천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며 “이처럼 천주교 신도들은 천주교 내에서 국정원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전달해왔다. 이제 시청광장에 모여 시민들과 함께 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사 강론에 나선 하춘수 신부(마산교구)는 “국정원 문제는 대선개입이 다가 아니다. 대선개입이 진실이 드러나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NLL 대화록을 공개했고, 화제를 덮기 위해 진보정당에게 내란음모혐의를 뒤집어씌웠다”며 “국정원은 국정원이 아니라 걱정원이 되어버렸고, 국가기관이 국민을 우롱하고 협박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 신부는 “십자가는 탄압의 상징이었으나 예수가 부활하면서 승리의 표적이 되었다”며 “마찬가지로 진실과 정의를 위한 민주시민의 저항도, 참담한 과정과 희생을 거쳐 우리 민주주의의 밑거름으로 다시 탄생할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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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시국기도회에 참여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 사진=@mediamongu 

 

속세와 거리가 있는 종교인들이 사회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집회에 참여한 신부들 은 종교인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강서 신부(서울교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종교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사회․정치․경제․생태 문제에 침묵할 수 없고,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서 온 한 신부는 “정의가 깨지고 생명이 깨지고 영적인 것이 깨졌기 때문에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며 “구약성경에 아무도 외치지 않으면 돌맹이마저 외칠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죽하면 종교계까지 나섰겠느냐며 천주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회에 참여한 박우일(55, 택시운전)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종교계의 집회 참여를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다. 종교계는 어지간하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아무개씨(59, 영등포구 신길동)는 “종교가 불의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불의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종교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라 밝힌 임아무개씨(71)는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종교인들이 옳은 길을 가리켜야 한다”며 “성경에 ‘빛과 소금이 되어라’라는 구절이 있다.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미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외에 쌍용차․콜트콜텍․강정 해군기지․밀양 송전탑․4대강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공론화되는 자리였다.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은 “국정원 해체하라” “상용차 정리해고 정부가 해결하라” “돈보다 생명이다, 송전탑 중단하라” “해군기지 필요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광장 한 편에서는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4대강 사업 책임자 국민고발인단’ 소속 시민들이 지지 서명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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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시국기도회에 참여한 시민이 4대강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

 

평신도 박경림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직후 벌어진 노동자들의 죽음이 오늘의 암울한 현실을 예견한 듯하다”며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행복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 같다. 정권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행복을 잃은 지 오래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행복은 궁전 안 행복이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나자로형제회 수도자 권응용씨는 “우리 주변에 길고 긴 시간을 거리에서 싸워온 쌍용차 노동자들이, 송전탑 아래서 불안에 떨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사람들의 고통만이 버팀목이 되어 버린 강정마을이 있다”며 “눈에 띠지 않아 도와주는 이 없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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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시국기도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촛붕을 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시국미사를 마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고질이 되어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며 “우리가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또한 “거짓에 의한, 거짓을 위한 통치가 이토록 순조로워진 것은 악을 방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앞으로 닥칠 공안정국 아래 우리의 일상은 용산참사와 쌍용차 해고사태, 4대강과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 제주 강정 구럼비와 같은 파괴와 불법의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저항의 정신으로 거짓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운동에 함께하자”며 천주교 신자들과 촛불 시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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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천주교 시국기도회에 참여한 수녀와 시민들이 노래에 맞춰 촛불을 흔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사제단은 “순교자들의 정신으로 시대의 짙은 어둠을 밝히자”며 네 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첫째, 국정원은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으므로 당장 해체해야 한다. 둘째, 국정원 사태 관련한 범법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 셋째, 청와대는 검찰의 진상규명 노력을 저지하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을 깨끗이 정화한 다음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새롭게 신임을 구해야 한다.

 

이날의 시국미사는 10시 40분 경 마무리되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서울광장에서의 미사를 마치고 덕수궁 대한문에서 마무리 미사를 진행했다.

 

  

⇒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진실로써 재판하는 이가 없다. 거짓을 이야기하며 재앙을 잉태하여 악을 낳은 자들뿐이다" (이사야 59:4)

지난 정부 내내 교회는 슬프고 괴로웠다. 대자연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삶터에서,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쫓는 광경을 바라볼 때마다 국가의 존립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국가와 자본이라는 두 거대권력 사이에서 사람을 지켜줄 아름다운 정부의 탄생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이런 소망을 이뤄주기를 진심으로 염원하였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인 공작을 전개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상상조차 못했던 불법의 자행에 우리 모두 경악하였다. 심지어 근소하게 엇갈린 결과마저 사전에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믿을 수 없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봄부터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호소가 잇달았다. 한국천주교회 역시 절차민주주의의 훼손과 오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였다.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들이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호소는 무시되었다. 최근의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정부와 여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하였으며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마저 또 다른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억지를 부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가려질 일이 아니다. 남북정상대화록의 본의를 왜곡하여 선거에 도용한 일이나 국정원이 이를 무단 공개한 일 등은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공작과 함께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할 중범죄들이다.

우리는 거짓이 지어내는 비참한 결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라의 소중한 젖줄을 죽음의 늪으로 만들어버렸던 이명박 정권이 기실 현 집권세력임에도 반성은커녕 떳떳한 국책사업이었다고 강변하는 것도 그 사례다. 살려보겠다던 사업의 구실도 그랬지만 살려냈다던 결과에 대한 평가도 모두 견강부회하는 거짓말들이다. 아예 고질이 되어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말끔히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인간다움 그 자체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이제라도 다 같이 욕심을 비우고 현실을 정직하게 성찰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과 솔선수범을 바란다.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개입과 여론조작 등 지금까지 국정원이 저질렀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해악과 범죄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법의 심판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 그때 비로소 역사가 바로 설 수 있고 대통령 자신 역시 '대선무효'라는 불명예를 씻고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다.

동료 사제와 청정하신 수도자 제위,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님들과 동료 민주 시민 여러분께 삼가 부탁한다. 거짓에 의한, 거짓을 위한 통치가 이토록 순조로워진 것은 악을 방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앞으로 닥칠 공안정국 아래 우리의 일상은 용산참사와 쌍용차 해고사태, 4대강과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 제주 강정 구럼비와 같은 파괴와 불법의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저항의 정신으로 거짓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운동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만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신의 등불을 꺼뜨리는 일이 없도록 서로 돌보기로 하자.

한국천주교회의 평신도와 수도자들 그리고 사제들의 뜨거운 열망을 담아 우리는 아래와 같이 호소한다.

첫째, 국정원은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불법으로 자신이 얼마나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해악적 존재인지 스스로 충분히 증명하였다. 그러므로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다.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둘째, 원세훈, 김용판 등 국정원 사태와 관련된 모든 범법자들은 엄중히 처벌되어야한다.
셋째,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의 진상규명 노력을 제지하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죄를 부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은 이상의 불법을 깨끗이 정화한 다음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새롭게 신임을 구하라. 그래야만 '대선무효'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우리가 먼저 빛의 소명을 다짐하자. 9월은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자성월이다. 하느님 공경과 이웃 사랑을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쳤던 순교자들의 정신으로 시대의 짙은 어둠을 밝히자.

2013년 9월 23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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