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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소식
2018.08.23 16:58

함께 생활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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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에 도착한 라우렌시오 신부


꼰솔라따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모잠비크 출신 한 라우렌시오 신부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제가 한국에서 몇 년간 경험한 선교사 생활을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선교사로 첫 파견 받은 브라질에서는 5년간 신학 공부와 선교체험을 했습니다. 부제로서 선교체험을 하던 중 관구장 신부님으로부터 한국으로 파견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약간 두려움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한국어는 배우기 어렵다고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라는 다른 문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교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으로 오기 전, 저는 모잠비크로 되돌아가서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그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서 3개월간 영어공부를 하였고 이태리로 가서 이태리어를 조금 배웠습니다. 그리고 2009 7, 파견지인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인 언어의 어려움을 저 또한 겪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한국어에 어려움이 있지만 많은 한국 꼰솔라따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겪었던 재미있었던 일을 소개해 드립니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못 알아듣는 것이 많아서 한국 사람과 이야기할 때 자신감이 없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할머니께서 저에게 “이 근처에 우체국이 어디에 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우체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지만 아직 한국어를 잘 못해서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제 대답을 듣고 놀라서 “미안해요. 한국 사람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면서 가셨습니다. 저는 그때 제가 실수한 것을 알고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저는 어려울 때마다 ‘고진감래’라는 고사 성어를 생각하면서 용기를 냅니다.

외국인으로 그리고 선교사로 한국에 살려는 사람에게 언어와 문화는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며 숙제입니다.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기본이어야 하고 한국문화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파견된 곳의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큰 은총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선교사의 수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우리는 계속 선교활동을 하면서 복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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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공동체 휴가


두 번째로, 모잠비크와는 다른 한국 문화와 한국 교인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람들은 순박하고, 좋은 문화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절을 중시하는 면에서는 모잠비크와 한국의 문화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잠비크와 크게 다르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표현방법입니다. 동양철학에서 최고의 미덕은 ‘겸손’이기에 한국 사람들은 말을 아끼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리고 확신하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 역시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잠비크 사람들은 서양철학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앎’에 대한 표현을 자주합니다. 가령 어느 신자에게 공식 석상에서 인사를 하도록 시간을 주면, 5분에서 10분까지 말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지식과 정보에 비해 너무나 지나친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모잠비크와는 다른 한국인들의 교회 생활방식도 재미있습니다. 모잠비크에서는 신자들끼리 만나는 자리,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찬미 예수님 정도의 인사를 자주 듣지만, 한국에서는 누군가 그런 인사를 하면 아주어색하게 느낍니다. 그러나 모잠비크에서는 그런 인사는 대단히 자연스럽고, 가톨릭 신자임을 서로 확인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모잠비크는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는 기간 동안 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때문인지 일상용어에서도 종교와 관련된 인사나 표현이 많습니다. 포르투갈 문화, 혹은 유럽의 문화적 영향으로 일상생활 안에서 많은 용어들은 종교와 관련되어 있고, 일상생활 그 자체가 종교와 아주 밀접합니다.

모잠비크는 ‘동적’인 표현을 잘 합니다. 모잠비크 신자들에게 미사와 전례는 감사와 찬미를 하는 축제라는 인식이 있다면, 한국 신자들에게 미사, 혹은 전례가 거룩하고 장엄하여야 한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서품식 미사를 보면, 한국은 서품 예식이 끝나고 진행자가 “새 사제 00명과 새 부제 00명이 탄생하였습니다.”라고 안내하면,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조용히 미사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모잠비크에서 그 순간은 축제의 순간입니다. 환호와 노래를 부르며, 축하하고 사제단은 새 사제와 부제에게 일일이 인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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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5주년 기념 미사



사람과 함께 지내야만 비로소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학원에서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지만, 그것보다는 수업이 끝난 후 한국 친구들과 만나서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 어떤 속담에 ‘들은 것은 쉽게 잊어버리게 되고, 본 것은 기억하게 되지만, 함께 하면 그것을 이해까지 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아주 중요한 방법입니다.

 

금년은 저희 꼰솔라따 선교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수도회가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그 과정에 제가 참여하게 되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수도회의 선교 방법은 꼰솔라따 성모님처럼 형제들과 함께 겸손하게 복음을 실천하며 전하는 것입니다. 저희 꼰솔라따 선교사와 후원회 가족들 모두가 성모님의 모범에 따라 겸손한 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생활을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라우렌시오 신부 I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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