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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전교 주일 담화 -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

by admin posted Sep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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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성하의
2013년 전교 주일 담화

(2013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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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해 우리는 신앙의 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전교 주일을 지냅니다. 신앙의 해는 우리가 주님과 맺은 친교를 강화하고, 용기 있게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로서 우리의 여정을 굳게 다지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전망에서, 저는 몇 가지 성찰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1. 신앙은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로,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게 우리 마음을 열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친교를 맺으시어 우리가 당신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한층 의미 있고 더 좋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런데 신앙은 받아들임, 곧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응답을 요구합니다. 신앙은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내어맡기는 용기, 그분의 한없는 자비에 감사하며 그분의 사랑으로 살아갈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신앙은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아낌없이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기쁨, 구원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신앙은 혼자만 간직할 수 없고 나누어야 하는 선물입니다. 이것을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간직하려고 하면, 우리는 고립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든 그리스도인들이 될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그리스도 제자의 본분 가운데 하나이고 교회의 삶 전체에 활력을 주는 지속적인 투신입니다. “선교사 파견은 하나의 교회 공동체가 성숙했다는 분명한 표지입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 95항). ‘성숙한’ 공동체는 신앙을 고백하고, 이를 전례 안에서 기쁘게 거행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또한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외딴 곳”에, 특히 아직 그리스도를 알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끊임없이 하느님 말씀을 선포합니다.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우리 신앙의 힘은, 그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널리 퍼뜨리며 사랑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역량, 또 우리가 만나는 이들과 우리와 삶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이들에게 신앙을 증언할 수 있는 역량으로 가늠될 수 있습니다.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의 해는, 온 교회가 현대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민족들과 나라들 사이에서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선교 정신은 지리적 영토의 문제만이 아니라, 민족과 문화, 개인들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신앙의 “경계”는 장소와 인간 전통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도 가로지르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선교 임무, 곧 신앙의 경계를 넓히는 임무가 어떻게 세례 받은 모든 이들과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임무가 되는지를 특별히 강조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공동체들, 특히 교구와 본당 사목구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거기에서 어느 모로든 가시적인 것으로 드러나므로, 모든 민족 앞에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것 또한 그 공동체의 의무이다”(선교 교령 37항). 따라서 모든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증인”(사도 1,8)이 되라는 명령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으라는 도전과 초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명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니라 본질적인 측면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증언하며 그분 복음의 선포자가 되어 우리 형제자매들과 함께 걸어가도록 세상에 파견되었습니다. 저는 주교와 신부, 사제 평의회, 사목 평의회, 그리고 교회 내에서 책임을 맡은 모든 사람과 단체들이 그들의 사목 계획과 양성 계획 안에서 선교 차원을 중요하게 여기기를 바랍니다. “모든 민족 앞에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그들의 사도적 헌신은 불완전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러한 선교 전망은 단순히 그리스도인 생활의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생활의 모든 측면과 관련된 패러다임 차원이기도 합니다.

 

3. 복음화 활동은 흔히 교회 공동체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장애에 부딪치게 됩니다. 때로는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모든 이에게 선포하고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그분을 만나도록 돕는 데에 열정, 기쁨, 용기, 희망이 부족합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여전히 복음의 진리를 선포하는 것을 자유의 침해로 여깁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이에 관하여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형제들의 양심에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것은 분명 잘못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양심에 복음의 진리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매우 분명하게 …… 진리가 나타내는 자유로운 선택을 철저히 존중하며 제시하는 것은 …… 그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는 것”(「현대의 복음 선교」, 80항)입니다. 우리는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제안하고 복음의 선포자가 되는 용기와 기쁨을 지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원의 길을 보여 주시기 위하여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를 세상 끝까지 전하는 사명을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너무 흔히 폭력, 거짓, 오류를 강조하고 내세운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 시대에, 그것도 교회 안에서, 복음을 따르는 선한 삶을 선포와 증언으로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교회 없이는 그리스도를 선포할 수 없다는 근본 원칙을 모든 복음 일꾼이 결코 잊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복음화는 개인적이거나 사적인 단독 활동이 아니라 언제나 교회적인 활동입니다. 바오로 6세는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홀로 복음을 전하고 작은 공동체를 모으고 성사를 집전하는 이름 없는 설교자나 교리교사나 목자도 교회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떠맡은 사명 때문이나 개인의 원의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명과 일치하여, 또 교회의 이름으로”(「현대의 복음 선교」, 60항) 행동합니다. 그리고 이는 선교에 힘을 보태고 모든 선교사와 복음화 일꾼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 성령께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는 단 한 몸의 일부라고 느끼게 해 줍니다.

 

4. 우리 시대에, 새로운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폭넓은 유동성과 편리함 덕분에 사람들, 지식들, 경험들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온 가족이 한 대륙에서 또 다른 대륙으로 이주합니다. 직업적 문화적 교류, 관광, 이와 유사한 현상들도 사람들의 방대한 이동을 촉진합니다. 이로써 본당 공동체조차도 그 지역에 누가 계속 사는 사람이고 누가 잠시 머무르는 사람인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닌 지역들 가운데 많은 곳에서, 신앙을 잘 알지 못하거나 종교적 차원에 무관심하거나 다른 믿음을 지닌 이들의 수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례 받은 이들 가운데에도 신앙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 드물지 않아 그들에게도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인류의 상당수가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삶의 다양한 영역, 곧 경제, 금융, 식량 안보, 환경만이 아니라 삶의 더 깊은 의미와 삶에 활력을 주는 근본 가치들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인류 공존 역시 긴장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는 견실한 평화로 나아가는 올바른 길을 찾는 데에 불안과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현재와 미래의 지평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이 복잡한 상황에서, 용기 있게 바로 그 현실 속에 그리스도의 복음, 곧 희망과 화해와 친교의 메시지를 선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시다는 것과 그분의 자비와 구원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 사랑의 힘은 악의 어둠을 물리치고 우리를 선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환히 비추는 안전한 빛이 필요합니다. 이 빛은 오로지 그리스도와의 만남만이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증언을 통하여, 사랑과 더불어, 신앙이 주는 희망을 이 세상에 전합시다! 교회의 선교 정신은 개종 권유가 아니라 선의 길을 밝혀 주는 삶의 증언에 있습니다. 이는 희망과 사랑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교회는 구호 단체나 기업이나 비정부 기구가 아니라 성령의 활동으로 활력을 얻는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놀라운 만남을 체험하였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깊은 기쁨의 경험, 곧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구원의 메시지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길에서 교회를 이끄시는 분은 바로 성령이십니다.

 

5. 저는 여러분 모두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꾼이 되라고 격려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선교사들, 교구 소속 선교 사제들, 수도자들, 그리고 많은 평신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들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와 문화들 속에서 복음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한 젊은 교회들이 이제는 오히려 어려움에 놓인 교회들에 선교사들을 파견하는 데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 중에는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닌 교회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젊은 교회들이 그 교회들에 새로움과 열정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새로움과 열정으로, 삶을 쇄신하고 희망을 주는 신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보편적 차원에서,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마태 28,19) 하신 예수님의 명령에 응답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개별 교회, 모든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선교사 파견은 결코 손실이 아니라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의 삶의 처지에 따라 성령께 기꺼이 응답하십시오. 주저하지 말고 아낌없이 주님을 도와드리십시오. 마찬가지로 저는 주교들과 수도 단체들, 공동체들과 모든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통찰력과 세심한 식별을 가지고 만민(ad gentes) 선교 성소를 지원하고, 사제, 수도자, 평신도를 필요로 하는 교회들을 도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강화시켜 나가기를 당부합니다. 또한 같은 주교회의나 같은 지역에 속한 교회들이 이러한 관심을 공유하여야 합니다. 성소가 풍요로운 교회들이 성소가 부족한 교회들을 아낌없이 돕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한 저는 선교사들, 특히 교구 소속 선교 사제들과 평신도들이 파견된 지역의 교회에서 그들의 소중한 봉사를 기쁘게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들의 원래 소속 교회에는 그들의 기쁨과 경험을 가져다줄 것을 촉구합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그들의 첫 번째 선교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과 또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 주신 것을 보고”(사도 14,27)한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선교사들은 그리스도교 전통이 오래된 교회에 젊은 교회의 새로움을 가져다주어 일종의 신앙의 “회복”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랜 전통의 교회는 주님의 길을 따르는 여정에서 서로를 풍요롭게 해 주는 교류를 통하여 신앙을 나누는 열정과 기쁨을 되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로마의 주교가 형제 주교들과 함께 모든 교회에 대해 지니는 관심은 교황청 전교 기구의 활동에서 중요한 표지를 발견합니다. 교황청 전교 기구는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과 모든 공동체의 선교 의식을 촉진하고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교황청 전교 기구는 하느님 백성 전체에 대한 한층 깊은 선교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기여하도록 독려합니다.

 

끝으로 저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합당한 방식으로 그 신앙을 실천할 법적 권리를 누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의 형제자매인 그들은 용감한 증인들입니다. 심지어 초세기 순교자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불굴의 사도 정신으로 현대의 온갖 박해를 견디어 내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이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충실히 따르려고 생명의 위협도 감수하고 있습니다. 저는 폭력과 불용을 겪는 개인, 가정, 공동체와 기도 안에서 함께 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위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이러한 희망을 밝히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빠르게 퍼져 나가 찬양을 받고’(2테살 3,1 참조), 이 신앙의 해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우리가 맺은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랍니다. 오직 주 그리스도 안에서만 미래에 대한 확신과 참되고 영원한 사랑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믿음의 문」, 15항). 이는 올해 전교 주일에 제가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선교사들, 그리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교회의 이 근본 사명에 함께하고 도움을 주는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우리는 복음의 봉사자이며 선교사로서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복음화의 기쁨”(「현대의 복음 선교」, 80항)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바티칸에서
2013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