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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주일 - 사회교리 주간 담화문

by admin posted Dec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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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인권주일 제5회 사회교리 주간 담화문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입니다(창세 1,26).


 바티칸1.jpg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며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 시기,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자비와 평화의 은총이 모든 분들께 함께 하기를 빕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대림 2주일’을 ‘인권주일’과 ‘사회교리 주간’으로 정하여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신비의 참뜻을 깨닫고 실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하고 ‘자비의 특별 희년’이 시작되는 시점에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며 사회교리의 의미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억압받는 이들에게 정의의 물꼬를 열어줌으로써 인류에게 이바지하기를 희망합니다. 사회교리는 이 희망 위에서 인간과 사회를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여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을 포함한 삶의 모든 측면에서 인간 자신이 초월적인 존재임을 발견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사회교리는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를 촉진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의 성찰원리와 판단 기준 그리고 행동 지침을 제시합니다. 그 어떠한 사회윤리철학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이 고발하고 제안하며, 문화적 사회적 계획에 투신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또한 긍정적인 활동을 고무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선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오늘날 세계는 전쟁과 테러, 난민의 증가 등으로 인간 생명의 고귀한 가치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3일에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비극적 참사를 비롯하여 4년 반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이미 사망자가 20만 명이 넘어선 시리아의 내전과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말리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참사로 고귀한 생명들이 숨져가고 있습니다. 북한 형제들의 인권문제도 UN에서 의제로 다룰 만큼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지역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도 심각합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동할 권리의 안정성을 해치고 노동자들의 해고를 더 쉽게 하여 비정규직을 늘어나게 만들 법안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이 왜곡된 보도와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오해되고 폄훼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11월 14일 시민들의 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진압으로 수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여 그 중 한 농민이 위중한 상태에 계신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또한 부상당한 경찰들에 대하여도 빠른 쾌유를 빕니다. 과격시위도, 과잉진압도, 편파수사도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와 소통을 위하여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정부는 왜 수많은 국민들이 모였고, 그들이 외치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귀를 열고 듣고, 언론은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기를 요청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권의 수호가 제도적 보완, 사회악의 제거만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만연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물질만능의 소비주의가 우리의 가치관을 지배하고 성공과 승리가 나눔과 배려의 자리를 대체하는 순간, 우리의 삶이 누군가의 인권을 해치고 있음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구체적인 삶의 순간, 하느님의 신비에 자신을 개방하고 우리를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사랑에 의탁할 때 그 사랑만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며 사회의 비리를 고발하고 제안하여 개혁하는 진정한 용기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50주년’을 기념하며 ‘자비의 특별희년’을 선포하는 것도 신자 개개인의 회심이 하느님의 자비 앞으로 우리를 이끌고 그 자비만이 우리를 온전히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적 형제애로 불평등과 빈곤과 불의의 고리를 끊고, 근본으로 돌아가 형제자매들의 나약함과 어려움을 받아들이기를 권고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삶으로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바라보게 해주는 용서를 기쁘게 선포하는 자비의 희년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틀 후,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시작되는 자비의 희년과 함께 대림의 은총이 더욱 풍성하게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의 변화된 삶이 온전하고 완전한 구원에 대한 믿음, 충만한 정의에 대한 바람,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흘러나오며 인류를 참 형제자매로 만드는 사랑을 드러내어 교회 뿐 아니라 인류 사회 전체를 참 정의와 사랑의 지평으로 인도하기를 희망합니다.

 

 


2015년 12월 6일 인권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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