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소식

2013년 10월 전교의 달 담화문

by admin posted Oct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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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전교의 달 담화문

 

행복하십니까?


1. 행복하십니까?
살맛나십니까?
마음속에 기쁨이 있습니까?

 

이 물음에 대해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남미 여러 나라 국민들은 70%대인데 반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은 10%대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한 나라에 속한다는 이 땅에서 세계 최고에 이르게 된 자살률이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드리운 절망의 검은 그림자를 잘 대변합니다. 한여름의 닫힌 공간 속에서 곰팡이가 번성하듯, 미래가 닫힌 듯한 분위기 속에서, 마약, 도박, 알코올, 성, 인터넷, 게임 등, 각종 중독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종교 분야에서까지 사이비 현상이 독버섯처럼 성행하여 많은 사람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1%를 위한 99%”라는 말이 잘 나타내듯, 우리 사회의 경제적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기쁨과 사랑이 없는 삶을 이어가거나 거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이 어둡고 고통스러워도 희망이 있다면, 사람은 마음속 깊이에 기쁨을 간직하고 영웅적 힘을 발휘하여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는 순간 삶은 무거운 짐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이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을 참으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우울한 마음에서 기쁨에 넘치는 마음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은”(요한 14,27) 평화를 맛보았습니다. 복음서는 그것을 증언합니다. 2천 년 교회 역사도 같은 증언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히브 12, 1)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본당이나 단체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강론 전에 교우들 가운데 한 분을 강론대에 초대하여 신앙 체험을 함께 들어왔는데, 그때마다 히브리서의 이 말씀이 지금도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절실히 깨닫곤 했습니다.

 

2.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인류에게 가져다주신 희망을 우리는 자신 안에만 가두어 둘 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세기 유럽의 대표적 지성인 가운데 하나로서 그리스도 신앙인도 아닌 어떤 분은 외쳤습니다. “콘스탄티노 대제가 우리에게서 훔쳐간 희망을 지금까지 장물로 간직하고 있는 그리스도 신자들이여, 이제 그것을 우리에게 돌려주어라. 예수의 삶과 죽음은 우리의 재산이기도 하다, 거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로제 가로디). 예수라는 분을 만나 그 이전까지 애지중지하던 모든 것들을 “쓰레기로 여긴”(필리 3,8) 바오로도 외쳤습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 24).

 

그리고 그분 생전에 최측근의 자리를 지키며 누구보다도 큰 사랑을 받았던 요한은 그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승천과 성령 강림까지를 몸소 체험하고는, 참으로 사는 길,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기쁨과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증언하며 온 인류에게 외칩니다.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그 생명이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그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친교는 아버지와 또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이 글을 씁니다”(1요한 1,1-4).

 

3. 기쁨을 주는 가르침, 곧 복음을 귀로만 듣게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듣고, 보고, 만질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을 복음의 증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복음 선포의 기치 아래 열정, 방법, 표현에서 온 교회가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는 이때, 혜성처럼 등장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모든 종교, 나아가 각 분야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단순하고 복음적인 언행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계십니다.

 

이분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믿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게’(1테살 2,13 참조) 함으로써, 우리가 입으로뿐 아니라, 얼굴과 눈빛,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까지 복음을 증언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변질되어 가는 이 세상에서 참으로 소금이 되고, 어두운 사회에 빛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마태오가 전하는 주님의 마지막 당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