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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상>벨레자 뿌라(다양함은 아름답다)!

by admin posted Jan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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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상>벨레자 뿌라(다양함은 아름답다)!
 

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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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은 다양한 색깔을 지닌 나라다. 인종부터 문화, 음식, 미사전례까지 모든 것이 다양하고, 또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말을 제법 잘 따라하는 앵무새와 필자.



"봉 지아 뚜도!(Bom dia tudo!)"

브라질 아침인사로 독자들에게 첫인사를 올린다. 나는 오래전부터 해외선교사의 꿈을 꿔온 '준비된' 선교사는 아니다.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까지 해외선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1996년부터 2년 동안 꼰솔라따 선교수도회 관심자 모임에 참여하고, 1999년 입회를 결정하면서 해외선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도생활을 시작할 때 7개 나라에서 온 신부님들과 함께 생활했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그리고 나도 선교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2009년 사제수품 후 총장 신부님이 "브라질에서 활동하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기쁜 마음뿐이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였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했다.

 

2009년 12월 12일 30시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상파울로에 도착했다. 한국은 추운 겨울이었는데 이곳은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다. 하루 반나절 만에 기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상파울로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흑인, 백인, 황인, 인디오 등 다양한 인종과 그들이 만나 낳은 아이들까지 다양한 피부색과 체형을 가진 이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브라질 사람들이 많이 하는 "벨레자 뿌라!"(Beleza pura!)라는 말이 있다. '혼혈(다양함)은 아름답다'는 의미다. 브라질 사람들은 다인종과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브라질에 꼰솔라따 선교수도회가 진출한 지 70여 년이 지났다. 우리 선교사들은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일하기도 하고 본당과 선교교육센터 등에서 활동하며 주님 말씀을 전하기도 한다.

 

미사를 집전하면서도 '다양함'을 실감한다. 전례가 무척 다채롭고 소공동체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자들이 주체가 돼 능동적으로 소공동체 모임을 이끌어 간다. 브라질의 복음화율은 80%가 넘지만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그 중 10%에 불과하다. 유아세례 혹은 견진성사를 받고 성당에 나오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음식도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두 번 쌀로 지은 밥을 먹을 수 있다. 나에게는 정말 큰 기쁨이다. 우리나라 쌀과는 약간 다르지만 맛이 좋다.

 

브라질인들은 식사 할 때 밥과 스테이크, 콩으로 만든 스프, 샐러드를 기본적으로 먹는다. 큰 잔치가 있을 때는 슈하스코라는 훈제고기 요리를 먹는다. 소와 돼지 살코기 위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쇠꼬챙이에 꽂은 다음 불 위에 올려놓으면 슈하스코가 완성된다. 과일 종류도 참 많다. 이곳에 와서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과일을 봤다.

 

브라질은 식량과 석유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나라이기에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다. 경제기반도 튼튼하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빈부 격차가 심하다. 앞서 말한 '잘 사는 브라질'은 남부이다. 아마존이나 아프로-브라질리아(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이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북부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해 문맹률이 높은 편이다. 북쪽으로 갈수록 많은 이들이 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 반면 부유한 이들은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산다. 이런 부조화를 바로 잡기 위해 교회와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브라질교회는 자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50여 년 전 브라질리아에 선교사 교육센터를 설립했다. 그동안 많은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선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한 해 2번 교육이 있는데 가톨릭ㆍ개신교 선교사가 함께 교육을 받는다.

 

나는 필리핀, 인도, 폴란드, 콩고, 코스타리카, 미국 등 16개국에서 온 선교사 24명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다들 생소한 언어를 배우느라 힘들어하지만 열심히 교육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개월 간 교육을 마친 2010년 봄, 수도회 장상 신부님이 내가 선교사로 활동할 임지를 알려주셨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이 산다는 북부 바이야(Bahia)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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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사람들은 처음 만난 외국인드에게도 따뜻한 친절을 베푼다. 사진은 친절한 아주머니와 함께 걷고 있는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