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한경호 베드로

브라질(하) 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by admin posted Jan 03,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브라질(하) 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교리교육에 목마른 가톨릭국가 신자들

 


 

419596_1.0_titleImage_1[1].jpg
▲ 세례식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필자.



한국에서 5월은 봄의 끝자락이지만 바이야는 막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다. 5월은 성모성월이자 우기가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에서 성모성월을 맞았을 때 신자들이 성모님과 묵주기도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성모님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는 등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신자들은 성모님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성모님뿐 아니라 성인들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교리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제 겨우 말문이 트인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영화 상영이었다. 여성들은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식구들 저녁식사를 차려줘야 한다. 그렇게 피곤한 몸으로 아이까지 데리고 영화를 보러 오는 여성 신자들이 있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고 교육을 받으러 오는 그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는 기분이었다.

 이곳에는 '예수자비기도'라는 것이 있다. 신자들은 묵주를 들고 이 기도를 바
치는데, 한 번은 기도를 하고 있는 신자에게 "묵주기도 바치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것이었다. 묵주기도를 바칠 줄 모르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가톨릭국가 신자가 묵주기도 바치는 방법도 모른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기본적인 묵주기도조차 할 줄 모르는 이유는 교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곳 공소와 공동체 신자들은 사제를 1년에 한두 번밖에 만날 수 없었다. 교리를 배울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담당하고 있는 40개 공소 신자들 가정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겼다.

419596_1.0_image_1[1].jpg
▲ 교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교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필자는 신자들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사진은 교리교육을 받고 있는 마을 신자들.



 가정방문을 하며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예수님 생애를 다룬 영화를 보여줬다. 또 기초적인 교리도 가르쳤다. 다행히 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열심히 교리를 익혔다.

 

바이야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기념해 5일 동안 열리는 축제다. 주민들은 5월부터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이름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축제'이지만 가톨릭적인 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본당에서는 대축일을 앞두고 9일 기도를 시작한다. 각 단체가 돌아가면서 새벽에 시내를 다니며 묵주기도를 바친다.

 축제기간에는 미사전례도 독특하다. 재봉사, 목동, 운송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신자들이 미사예물을 봉헌하기 전 자신의 직업을 표현하는 춤을 춘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올해 2월 수도회 장상에게서 브라질리아에 있는 꼰솔라따본당으로 가서 사목하라는 명을 받았다. 내가 할 역할은 점점 교회를 멀리하고 있는 도시 젊은이들 사목이었다.

 비록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주민들과 정이 많이 들어 아쉬움이 컸다. 바이야를 떠나기 전 사목하던 40개 공소를 돌며 작별 인사를 했다. 신자들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쏟았다. "바이야에 계속 있으면 안 되냐"며 슬퍼하는 신자도 많았고 나를 위한 헌정시를 지어 읊어주는 신자도 있었다. 고마운 마음이 가득 담긴 자작시였다.

 올해 2월 정든 바이야를 떠나 브라질리아로 왔다. 브라질리아대교구에는 129개 본당, 400여 명 사제가 있는데 사제 중 절반은 수도회 소속이다. 내가 있는 본당에는 이탈리아 출신 신부님 두 분이 계신데 한 분은 94살, 또 한 분은 74살이시다.

 '청년신앙 활성화'라는 중책을 맡은 나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을 교회로 이끌고 있다. 브라질 청년들에게 교회는 '재미없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년 가까이 선교사로 살면서 스스로에게 '선교란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선교는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교지에 갔을 때 하느님은 먼저 와 계셨다. 현지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은 만나며 선교사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마다 먼저 와 계신 하느님을 만날 것이다.

 


 
XE Login